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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December 15, 2010

야심한 밤의 FM




조지 오웰 | 조합원
 
 

우훗!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금 밖에는 첫 눈이 오고 있답니다. 깊은 밤 내리는 하얀 눈은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첫눈의 설레임으로 심야의 FM 2부 계속 걸어가 봅니다. 2부 첫 순서는 저희 방송국이 충동적으로 단행한 겨울개편으로 새롭게 만든 코너를 소개해드릴까 하는데요.
매주 금요일 이 시간에는 <이색 카페탐방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이 코너는 포털 사이트 UM-DA의 협찬으로 진행됩니다. UM-DA의 수많은 카페 중에 신기하거나 이색적인 카페를 선정해서 그 운영자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그늘을 지향하는 음지의 잉여들이 모였다는 UM-DA카페 “유사미남” 운영자 스콧님을 모셨습니다.

DJ : 안녕하세요? 스콧님!
초대손님 : 네... 안녕하세요?
 
DJ : 우리 초대손님이 너무 긴장하셨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셨는데요. 긴장을 좀 푸시고요. 그럼 카페 유사미남이 어떤 카페인지 우리 청취자 여러분에게 먼저 소개를 해드려야 할 거 같은데요.
초대손님 : 예.... 에... 저... 저희 유사미남이란 카페는요 줄임말이고요.... 정식 명칭은 ‘유부녀를 사랑하는 미혼 남자들의 모임’입니다.
 
DJ : 오우! 와 이거 진짜... 혹시 우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재 받거나 사과 방송 나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 지금 스튜디오 밖에서 우리 피디님이 괜찮다고 하시긴 하는데요. 저는 이런 카페도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현재 회원 수는 얼마나 되죠?
초대손님 : 총 회원은 2,000여명 정도 되고요. 그 중에 정회원이 1,200여명, 열성회원이 400여명 정도 되고요. 등업을 기다리는 준회원이 한 400여명 됩니다.
 
DJ : 와우! 생각보다 회원이 많네요. 정말 예상욉니다. 이 카페는 스콧님이 만드신 건가요?
초대손님 : 예!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요. 이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용인될 수 없는 사랑이라 가슴앓이를 많이 하던 중 우연히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래서 처음엔 저희들끼리만 고민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해보자 의기투합해서 카페를 개설했는데 회원 수가 늘어나 지금까지 왔습니다.
 
DJ : 아 그랬군요. 그럼 이야기를 더 진전시켜보죠. 운영자님 경험으로부터 시작할까요? 스콧이란 닉네임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초대손님 : 예! 제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첫사랑도 유부녀였는데요... 짝사랑이었었죠. 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이 ‘스콧 니어링’이란 사람이었는데요. 그 계기로 알게 되었어요. 자본주의적 욕망을 비웃으며 자연 속에서 검소하게 살면서도 탐욕스런 세상에 대한 저항의지를 잃지 않았던 분인데요.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폼 나는 레어 아이템 중 하나죠. 그래서 스콧 니어링이란 분이 쓴 책 몇 권 읽어봤는데 내용은 뭐 다 기억나는 건 아니고요 아주 재미있게 읽은 건 아니었어요. 첫사랑이 좋아한다길래 숙제하듯 의무적으로 본거죠. 그리고 여자들 앞에서 스콧 니어링 얘기하면 뭐 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책 많이 읽은 것처럼 구라칠 수.... 앗 죄송합니다. 방송인데... 비속어를... 흠흠... 하여튼 소개팅이나 이런데 가서 스콧니어링 얘기하면 여자들이 ‘어머어! 저도 그분 너무 존경하는데... ’맞장구 치면 음! 오늘 작업은 순조롭겠군'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죠.
 
DJ : 우와, 우리 스콧님 처음에는 막 떠는 거 같더니 말씀 너무 잘하신다. 자 그럼 첫사랑이야기부터 들려주시죠. 아니 어떻게 첫사랑부터 유부녀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초대손님 : 뭐 특별하달 거 까진 없구요. 흔히들 사춘기 때 겪는 그런 거였는데요. 제가 고2때 선생님 한 분이 전근을 오셨는데요. 아주 젊고 여린 여선생님이셨어요. 수학 쌤이었는데 첫 수업시간부터 교실에 난리가 났었죠. 애들이 목을 빼고 늑대 같은 괴성을 지르고 고릴라같이 자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고 광란의 도가니였죠. 고2,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들 하는 때 우리는 수학을 포기하는 길을 걸었죠. 분필을 잡은 쌤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길만 쳐다보다보면 어느새 수업은 끝나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문이 학교에 돌았어요. 글쎄 그 쌤이 결혼을 했다는 거였지요. 아!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뭐 결혼을 했던 안했던 무슨 상관이 있겠냐 싶지만... 그 쌤이 설혹 미혼이었더라도 저랑 썸씽이 있었겠어요? 뭐 그땐 그랬죠. 아주 우울하게 몇 주를 보냈고 특히 수학시간이면 교실 창밖의 푸른 하늘이 더 처량하게만 보였죠.

 
DJ : 아우 재밌다. 그래서요...
초대손님 : 그래두 수업시간마다 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렸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제가 맨 뒷자리에 앉았었는데 한 분단 건너에 있던 놈이 바지 지퍼를 내리고 낄낄거리며 자기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거예요. 그날따라 나의 쌤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어요.
 
DJ : 잠깐만요. 물건이라면...
초대손님 : 아 예... 이거 참... 남자한테 중요한 거요. 얼마나 중요하면 기차 같은데서도 역에 도착할 즈음 잊지 말고 꼭 챙겨가라고 방송까지 하잖아요...
 
DJ : 그래서 어떻게 됐죠?
초대손님 : 저는 제 사랑을 능욕하는 행위를 참지 못하고 지우개를 던졌죠. 그랬더니 그 녀석이 저에게 인상을 쓰면서 다시 제가 던진 지우개를 던졌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교탁위에 있던 쌤이 그 변태 놈에게 책상 밑에 가지고 있던 거 갖고 나오라고 했어요. 교실 뒤쪽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아이들은 ‘와’ 하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뜨렸지요. 앞으로 불려나간 녀석은 고개를 숙이고 쌤의 갖고 있던 물건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묵비권으로 대응하고 있었어요. 쌤은 출석부로 녀석의 머리를 한 번 내리치고는 화난 얼굴로 노려보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녀석이 ‘걔 꼬추 만지고 있었어요!’하는 거예요. 교실 안은 웃음소리로 한바탕 난리가 났고 쌤은 울면서 교실을 나가셨어요. 저는 사랑하는 쌤을 능욕한 녀석에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고요. 우리는 뒤엉켜 싸움을 했죠. 그때 옆 반에서 수업을 하시던 쌤이 들어와서 싸움이 중단됐고, 그 친구랑 저는 교무실에 끌려갔어요. 문제는 수업시간이 모두 끝나고 담임이 들어온 종례시간이었어요. 울 담임 별명이 ‘돈미불’이었는데요 ‘돈에 미친 불독’의 줄임말이었죠. 청소도구함 마대자루에서 자루만 몇 개 빼더니 반 아이들 전체를 엎드리게 한 후 때렸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싸움을 한 저와 그 친구였죠. 넥타이를 풀더니 와이셔츠를 걷어 부치고 마대자루를 하늘높이 들어 제 허벅지를 향해 풀 스윙을 하는 거였습니다. 한 30대 정도 맞은 거 같았는데, 나중에 피떡이 된 제 허벅지에 눌러붙은 옷을 떼어내던 때의 고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주먹으로 뺨을 비롯해 여기저기 맞고 구타 막바지에는 이단 옆차기에 채여 교실문 쪽으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마대자루가 부러져 옆 반에서 빌려오기 까지 했다더군요. 그 사건이후 수학쌤은 1학년담당으로 바뀌어서 더는 교실에서 볼 수가 없었어요. 학기말에 시험감독으로 한 번 들어온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이미 제 가슴속에서 그녀를 지운 뒤였죠. 저는 오직 교실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몇몇 선생이란 작자들에 대한 복수계획만 세우고 있었어요.

 DJ : 너무 고통스런 첫 사랑이었네요. 보통 학교에서 선생님을 짝사랑하면 나중에 예쁜 기억으로 남는데 우리 스콧님은 정말 진한 사랑의 고통을 겪으셨어요. 자 다음이야기로 넘어가보죠. 이 카페가 역사가 길더군요. 벌써 2년이 넘었는데요. 이 카페 개설당시 사랑하는 분이 계셨다고 했는데 어떤 분이신지 소개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초대손님 : 예, 제가 군 제대하고 대학 복학을 준비하면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해서 쓰리 잡을 뛰어야 했습니다.
 
DJ : 헉! 쓰리 잡이나?!
초대손님 : 예, 그래도 대학 등록금 마련하려면 할 수 없죠.
 
DJ : 아니 하루를 어떻게 보냈다는 거예요?
초대손님 : 일단 저녁시간부터 시작하죠.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갈비집에서 일했고요 숯불을 관리했어요. 그 외에 갈비집에서 손이 필요한 여러 가지를 했고요 10시에 끝나면 11시 까지 편의점알바로 갔죠. 11시부터 밤샘인데요. 다음날 여섯시까지. 꼬박 편의점 지켜야 하구요 편의점 알바 끝나면 간단하게 컵라면 같은 걸로 아침 먹고 한 7시부터 오후 한 시경 까지 여섯 시간 정도 잠을 잡니다. 일어나서 오후 두시까지 배송총판에 가는데요. 서울 여러 지역에 버스정류장 같은 곳의 부스에 음료수나 신문, 잡지 같은걸 배달해요. 보통 경트럭을 이용하는데요 급할 때는 스쿠터를 타기도 하죠. 배달일 끝나면 오후 다섯 시. 얼른 갈비집으로 가야지요.
 
DJ : 으와아아... 정말 열심히 사시는구나.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데도 부자가 되기는커녕 대학 등록금도 제대로 댈 수 없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네요. 말씀 계속 하시죠.
초대손님 : 어느날이었어요. 새벽 두 시쯤이었던 거 같아요. 물건을 보충해 진열하려고 잠깐 편의점 문 잠근 채 편의점 한 쪽 벽에 연결돼있는 창고로 들어갔는데요. 깜짝 놀랐어요. 퇴근 하신 줄 알았던 점장님이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는 창고 한 쪽에 앉아서 울고 있는 거예요. 저는 뜨끔해서 조용히 제 물건만 가져다가 진열하고 카운터를 봤어요. 나중에 또 가보니 없더라구요. 제가 잠시 졸 때 나갔나? 하여튼 그 이후로도 종종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새벽시간이면 굉장히 신경 쓰이고 혹시나 창고에 점장님이 있나 몇 번이고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점장님 남편이 주식으로 망하고 이런 건 얼핏 들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몰랐고요. 우수에 젖어있는 점장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어요.
 
DJ : 잠깐만요. 잠깐 전하는 말씀 듣고 계속하죠.
 
 
♬~ ♪! 고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어린 여직원들이 백혈병으로 쓰러지면서까지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삼숭!! 세계최고의 기업 삼숭이 무노조 신화를 이어갑니다. 노조 없는 밝은 세상 삼숭!!
 
♬~ ♪! 숨막히게 세계를 달려왔다. 횬다이! 대법원도 우리를 막을 순 없습니다. 세계최고의 차를 위해서 비정규직이 간다. 골로 간다!
 
♬~ ♪! 고객이 KO당할 때까지 에수케 가족은 뚜벅뚜벅 정도를 걷겠습니다. 한 빠따 100만 원으로 새세상을 여는 에수케에에에! ~♬!
 
 
DJ : 자 이제 심야의 FM은 계속 달립니다. 지금 청취자 여러분들이 문자메시지나 홈페이지로 사연을 마구 올려주시는데요. 7911님은 “아, 저도 가입하구 싶어요. 꼭 유부녀를 사귀어야만 가입할 순 있는 건 아니죠?”라고 하셨구요. 7699님! “별 미친놈들 다보겠네”라고 보내주셨습니다. 홈페이지에는 레이디가가님이 “아 저도 젊은 연하남 만나고 시포요”라고 올려주셨네요. 이제 계속 초대손님 스콧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스콧님?
초대손님 : 어느 눈 내리는 새벽이었던 거 같아요. 그날도 편의점 창고에 들어가서 물건상자를 내리고 있는데 점장님이 창고 문을 열고 들어오셨어요. 점장님이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조용히 다가와 꼬옥 안아주셨어요. 저는 얼어붙은 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죠. 그 사건 뒤로는 편의점 창고는 저희의 아지트가 되었어요. 점장님은 굉장히 밝아지셨고요. 시간이 약간 지나 제가 오후 알바를 그만 두었고요. 그 시간에 점장님 만나서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시고 영화관도 가고 그랬어요.
 
DJ : 스콧님은 무슨 특별할 연상녀만 좋아하는 취향이 있는 거 아닐 까요? 또래 여자친구 사귀어 본적은 없으세요?
초대손님 : 아 물론 있었죠. 대학 2학년 때 동아리 후배랑 연애를 했었는데요... 연애가 만만치 않더라구요. 만날 학교 교정 걸어 다니고, 구내식당 밥만 먹을 순 없잖아요? 가끔 영화나 연극 공연 같은 것도 봐야하고 영화보고 나면 저녁도 먹어야 하잖아요. 뭐 그러다가 술이라도 한잔 하면 돈 몇 만 원은 쉽게 사라지거든요. 갈수록 돈이 무서워지더라고요. 어느 날은 휴일에 여친한테 만나자는 전화가 왔는데 돈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몸살이 났다고 거짓말 하구는 집에서 티비만 보는데 정말 처량했어요.

DJ : 아 세상에 돈이 없어 사랑도 유보되는 세상이군요. 허 참...
초대손님 : 예. 한 번은 전자상가에서 컴퓨터 부품 배송하는 업체에서 알바를 했었는데요. 친구 형이 운영하는 가게라 일손이 딸린다는 말에 페이 협상도 안하고 ’알아서 주겠지’ 하고 일했어요. 정말 가게가 얼마나 바쁜지 오전 10시쯤 문 열어서 택배용 물건 포장하다 보면 금방 오후 한 두시가 되는 거예요. 보통 식당에서 찌게백반 같은 걸 시켜 먹는데 일이 바쁘다 보니 제시간에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만날 차갑게 식은 밥을 먹었죠. 그런데 한 달 보름이 넘어도 사장이 돈 줄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사장님한테 조심스럽게 월급을 달라고 했죠. 원래 친구한테 듣기로는 보름에 한 번씩 받기로 했었거든요. 근데 사장이란 사람이 “야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 동생친구라서 친동생처럼 돌봐주고 밥을 시켜도 500원 비싼 메뉴로 시켜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이라고 막 욕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 부터는 저한테 막 대하는 거예요. 그런데 옆 가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장의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하더라구요. 돈 제대로 받아나간 알바들 없다고요. 그러던 어느 날 정신없이 바쁜 한 낮을 보내고 택배아저씨가 물건을 한 무더기 가지고 간 뒤 또 늦은 점심을 먹었어요. 여섯 명이 둘러앉아 먹었는데 백반 4개에 공기밥 두 개 추가시켜서 먹었어요. 근데 갑자기 사장이 거래처에 가야할 일 있다고 식대 2만 몇 천 원 인가를 그릇 가지러 오면 주라고 쟁반위에 놓고 급히 사라졌지요. 저는 다른 친구들이 일할 때 그 쟁반위에 놓여있던 2만원 좀 넘는 돈을 가지고 나와버렸어요. 그런데 그날 여친한테 채였죠.
 
DJ : 아니 무슨 일이 있었지요?
초대손님 : 그날 알바 때문에 여친하구 데이트 약속을 안 잡았었는데 때마침 전화가 온 거예요. 그래서 만나기루 하고 약속장소로 갔죠. 제가 한 2만 원 정도 있었는데 알바하는 데서 가져온 2만 몇 천 원 해가지고 합해서 5만원 약간 안 되는 돈이 있었어요. 저녁으로 닭갈비2인분 하고요 소주 한 병 시켰는데 쫄면사리 하나 추가하고 공기밥 하나 볶아 먹으니 금방 2만 원 좀 못되는 돈이 나가더라구요. 그리고는 비디오방이나 갈 생각을 했는데 여친이 비디오방 가기 싫다구 하면서 커피를 마시자구 하더군요. 그래서 커피 전문점 가서 커피를 마셨어요. 이때 실수를 했죠. 원래 제가 저녁을 사면 여친은 커피를 샀는데 이날은 무슨 객기가 일어났는지 커피값 계산을 제가 했어요. 커피전문점에서 한참을 이야기 하는데 여친이 갑자기 그러는 거예요. “오빠!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가도 돼!”
 

 DJ : 어머! 그래서요?
초대손님 : 맞아요.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 펼쳐진 건데요. 저는 갑자기 숨이 탁 멎는 거예요. 화장실 가는 척 하면서 빠져나와 지갑 속을 뒤져보니 2만 원 좀 안 되는 돈이 있었어요. 요즘 세상에 2만 원짜리 모텔이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간식거리라도 살려면 택도 없죠. 화장실에서 나오니 여친이 벌써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가 다가와 팔짱을 끼더니 우리 일찍 들어가자! 하는 거예요. 저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얼른 근처에 있는 현금지급기로 뛰어 갔죠. 체크카드계좌에 몇 만원 남아있었거든요. 예금인출을 누르고 5만 원 인출을 누르니 잔액이 부족하다고 나오는 거예요. 3만원 찾으려고 해도 부족으로 나와서 잔액조회를 해봤더니 4천 얼만가 남아있는 거였어요. 집에 전화를 했죠. 엄마가 받았어요. ‘니네 애비란 사람이 급한 돈 쓸 일 있다고 자기 통장으로 이체 시켜서 빼가는 거 같더라’라는 말이 멀리서 들려오고 저는 막 짜증을 냈지요. 그런데 어느새 여친이 뒤쫓아와서 이 지지리 궁상떠는 모양을 다 본거예요. 말없이 멀어져 가는 여친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아니 잡을 돈이 없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인지도 모르죠. 그 뒤로는 연애는 저에게는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DJ : 에휴....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청춘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연애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라니... 이거 제대로 된 세상은 아니죠?
대손님 : 뭐 할 수 없죠. 제가 찌질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찌질한 인생에 희망도 별로 안보이고... 졸업한 학교 선배들 봐도 답이 안보이고. 그냥 루저죠. 잉여들의 인생을 사는 겁니다.
 
DJ : 조금 화제를 바꿔보죠. 카페운영진은 몇 명이나 되죠?
초대손님 : 원래 제가혼자 다하다가 회원이 많아지면서 네 명으로 늘어났고요. 회원 등업 관리 같은 걸 주로 해요. 카페 특성상 호기심과 장난으로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어서요. 정회원 등업 과정에서는 다른 카페와 달리 좀 엄정한 심사를 하거든요. 그래도 심사를 거짓으로 통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터넷 특성상 모든 것을 제어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DJ : 등업 심사는 어떻게 하지요? 정모 같은 것도 하나요?
초대손님 : 일단 다른 카페처럼 신입인사랑 게시판 글쓰기를 해야 하고요. 정회원이 되려면 운영진에 정회원 등업 심사 요청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운영진만 볼 수 있는 비밀 과정으로 진행되고요 정모는 카페 특성상 한 번도 한 적은 없는 데요 몇몇 회원이 연말에 한 번 모이자는 제안을 해서 지금 찬 반 논란이 있어요. 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으면 준회원으로 가입하셔서 카페게시판을 들러보세요.
 
DJ : 예, 한 번 호기심으로라도 들러보고 싶긴 한데요... 근데 쫌 뭐라 그럴까... 하여튼 그러네요. 앞으로 활동 계획 같은 거나 포부 같은 것 좀 말씀해주시죠.
초대손님 : 뭐 거창하게 포부 같은 거를 말할 입장은 안 되는 것 같구요... 저희들이 어찌보면 사회적 일탈을 일삼는 사회악 같은 취급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들은 숨 쉴 공간이 필요했고 이 사회에서 밀리다 밀리다 여기 낭떠러지 끝에 까지 와있는 거 같아요.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요 뒤처지는 걸 도무지 용서하려 하지 않아요. 그런 사회가 숨이 막혀 우리는 헐떡이고 있죠. 그때 손을 내밀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할 뿐이죠. 물론 열매가 단 만큼 비극적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이 봐왔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해요. ‘현실이 충분히 비극적인 거 아닌가? 우리가 더 이상 잃을 것이 무엇이 있는가?’
 
DJ : 예,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다 지나갔네요. 3부에서는 심야의 FM 영화이야기를 영화 평론가 봉두킴 선생님과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늘 출연하신 UM-DA카페 유사미남의 운영자 스콧님께 감사드리고요. 2부 끝 곡으로 “Too drunk to fuck" 들으면서 저는 3부에 다시 오겠습니다. 스콧님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초대손님 : 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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