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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December 14, 2010

그래도 평화다




류기윤 | 조합원
 
 
남북관계는 정말 어렵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의 포격으로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한 것이다. 또한 수십 년을 섬에서 살아오던 주민들을 모두 육지로 몰아냈다. 북한이 원하는 게 무엇이건 남한과 북한사이엔 얼마든지 포격이 오갈 수 있는 살벌한 상황임을 만방에 알린 셈이다.
 
 
보수주의자들

 사실 천안함 사건 때부터 알아봤다. 주적이라던 북한군에게 얻어맞았다며 세계만방에 고하고 다니면서도 쪽팔린 줄 모르는 장군들. 그리고 책임질 생각은커녕 무슨 장한 일이라도 한 듯 당당하던 국방부장관의 자세에서 배울 줄 모르는 사람들의 행색을 본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보온병 포탄을 들던 보수정당의 대표와 옆에서 보온병 포탄의 종류까지 설명하던  쓰리스타 출신 국회의원. 군대라면 근처에도 못가본 대표가 발행하는 보수신문에 역시 군대와는 인연이 먼 기업인까지. 그리고 대통령.
한국의 보수는 이처럼 군대와는 거리가 멀다. 멀건 대낮에 가스통 굴리며 불붙인다고 보수주의자도
아니다. 한국 보수의 공통분모는 딱하나 ‘반북(反北)’뿐이다. 그 밖으로 가면 또 저희들끼리 싸우고 난리다. 이런 걸 보면 그들도 중심 없는 하나의 이익집단일 뿐이다.
 
 
확전논란

지난 지방선거를 기억하는가? 당시 보수당과 언론은 ‘조만간 전쟁난다’라는 유언비어에 의해 보수당이 참패했노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과적으로 전쟁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터졌다. 그러니 유언비어가 아닌 예언이 된 셈이다. 당시 국민들은 전쟁을 피하겠다던 의지를 표심에서 표출하더니 지금은 북한의 보복을 주장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스포츠게임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대통령이 확전을 막겠다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포탄이 연평도에 떨어졌으니 망정이지 북한이 돌아서 서울에 200발 풀었다면 과연 그 피해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설마하니 북한이 그런 짓을 할까 생각 들겠지만 연평도 역시 상상도 못했던 공격을 당하고 있던 중이었다.
대통령이 군사적인 희생은 감수할 수 있겠지만 수도 한복판에 포탄이 떨어지는 꼴을 어찌 감당한단 말인가? 그러나 여론의 어리석음에 “그런 발언 없었다”라고 발 빼게 만들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전쟁의 정의
 
전쟁이란 정치행위의 수단이다
전쟁은 정치의 한 방법이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틈만 나면 피가 여의도식 정치를 보노라면 쉽게 수긍이 갈 말이기는 하나 본질적으로 전쟁은 정치의 하위 개념이다. 즉 정치인의 의지가 전쟁이 아닌 대화를 원하면 전쟁은 얼마든지 비켜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원한다면 전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룰 수도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보라. 그들이 맘대로 정한 ‘정의’를 위해 ‘평화’를 깨고 전쟁을 일이키기도 한다. 전쟁은 우리의 일상처럼 고만고만한 세력끼리 일상적인 교전과 다툼이 아닌 어느 일방의 파괴를 목적으로 삼기에 그 파괴력이 무시무시한 것이다.
 
 
죽음의 상인
 
사실 신이 난 애들은 따로 있다. 바로 죽음의 상인들(무기상)들이다. 국민의 혈세를 북한에 퍼주기 아깝다던 보수주의자들은 무기상에게 혈세를 퍼주는 건 아까운 줄 모른다. 그리고 항공모함을 빌려 훈련한 값을 한미 FTA의 재협상으로 결제한 모양이다.
 
 
싸움의 정석
 
‘애들 싸움은 선빵이면 끝이다’ 한 영화에 나온 대사다.
 
 
대포병 레이더

북한의 “불바다”가 헛소리가 아니라며 ‘우리 군’ 이 들여온 고가의 첨단 장비가 바로 ‘대포병 레이더’이다. 상대가 포탄을 날리면 순식간에 위치를 추적하여 쏜 놈들이 튀기 전에 대응 타격을 유도하는 핵심장비다. 이게 없어도 측정하고 계산하면 얼추 쏜 위치를 알아내어 반격할 수는 있다. 관건은 시간인데 북한의 방사포는 트럭에 싣고 있어 도망가면 끝이다. 그런데 레이더가 30분 넘게 먹통이었단다.


Jamming ː재밍(선빵)
 
북한도 공부를 한다. 특히 걸프전을 공부했다고 한다. 결과로 바로 재밍을 한 것이다. 쉽게 말해 레이더가 먹통이 되도록 방해전파를 쏜 것이다. 걸프전 때 이라크군은 재밍을 공격의 신호로 알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속절없이 당한 것인데 북한도 이것을 연구했던 모양이다. ‘우리 군’이 그들의 내공을 너무 무시하여 속절없이 당하고 만 것이다.
 
 
반격
 
당연히 대응사격을 했고 북한군에 큰 피해를 줬어야 했겠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하지만 북한도 따지고 보면 포탄 200발을 쐈지만, 인명피해는 의외로 적다고 본다. 특히 기습도발임에도 연평도에 압도적인 피해를 주진 못했다. 오히려 우리군의 전력강화를 위한 구실만 심어준 셈이다. 또한 그들의 ‘주민을 방패로 삼는다’는 해괴한 주장 속에는 한편으론 전술적으로 남한의 군부대만 정밀 타격할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화신 김정일
 
김정일의 정치는 그야말로 야누스의 얼굴이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던 술수에 능한 정치인이다. 그는 한쪽에선 전투를 한쪽에선 평화를 구사한다. 예측불허의 패턴과 벼랑 끝 전술로 상대를 궁지에 모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인의 모습에 최대한 근접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의 적은 북한?

사실 북한은 늘 결정적인 경우에 아주 우연히도 ‘도발’을 감행하여 진보의 행동에 제약을 가해왔다. 신기할 정도다. 돌이켜보라. 남북관계가 가장 좋았다고 평가받던 시절에 연평도 해전이 벌어졌다. 선거철만 되면 불어오던 북풍이 과연 한국 내 보수에게만 유리했을까? 북한 내에도 적대적 의존관계의 보수 세력이 존재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평화
 
자, 이제 다시 되돌려보자.
평화가 중요해지는 이유. 당장에 연평도 주민들이 찜질방으로 탈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혈세를 외국의 무기상에게 거저 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처럼 포격에 의한 안타까운 죽음이 없었을 것이다.
평화를 지켜나가는 길. 그 해법에서 여기서 보수와 진보가 갈리는 게 아닐까? 보수의 길이라면 빨리 힘을 키우고 군을 혁신하며 군비를 증강시켜서라도 단호한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개망신은 없어야 한다. 진보의 길이라면 더디 걸리더라도 대화와 교류, 협력으로 파국적 대결관계를 청산하며 점진적인 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쪽도 현실의 벽이 두텁다는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의 사건을 보듯 남북군사력엔 비대칭전력은 고사하고 앞섰다고 자부했던 일반전력도 결코 북한을 압도하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엄청난 국방예산에도 이런 결과가 생겼다면 헛돈 쓴 셈이다. 당장에 응징하고 싶어도 이런 상태에선 불가능하다. 군 개혁이란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대화로 풀자고 하지만 그건 엄청난 인내와 시간을 소모한다는 것을 지난 시간을 통해 확인했다. 더구나 북한정권은 주민의 굶주림보다도 남한의 ‘대북찌라시’를 더 경계하는 형편이다.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그럼에도 나에게 택하라면 당연히 후자를 택하고 싶다.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고자 ‘햇볕정책’이 제안되어 잠시나마 훈풍이 불더니만 지금은 도로 냉전구도로 되돌아갔다. 현 정권이 보수적임을 감안해도 이건 아니다. 더디 걸리고 지지부진해도 대화로 해결하는 게 옳다. 평화를 무력으로 사고 팔수는 없다. 당장에 연평도 주민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 자식들이 전쟁의 걱정 없이 이 땅을 살아야 한다면 포탄의 교환이 아닌 평화가 정착된 땅이 옳지 않겠는가?
 
국민이 안보불감증이 걸렸다며 군을 믿으라고 한다.
군복무를 포기하면서까지 안보를 걱정하던 어느 보수인의 말씀이다. 국민 또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란 말씀인데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국민의 전쟁걱정을 덜어주는 게 군대의 역할이란 걸 잊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 군대를 움직이는 게 바로 정치다. 그 정치 형태를 만드는 게 바로 국민의 의식이다. 그런 정치를 만드는 건 전적으로 우리 몫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이에 벌써 연평도사건은 뉴스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상의 평화가 다시 온듯하다. 연말 모임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인은 전쟁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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