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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pril 10, 2011

[편집자 서문 ] 아름다운 봄날을 위하여


겨우내 잠과 싸웠다. 불면의 나날들. 이불 속에서 웅크린 채 숨죽이며 오지 않는 잠을 기다렸다. ‘자다 깨다 꿈인지도 모르게겨울을 보냈는데 결과적으로 겨울잠을 너무 오래 잔 셈이 되었다. 나와 당신들 이야기다. 이불 밖에는 벌써 봄이다.
 
늦었다 4월호.
두터운 이불 속에서 이제 막 빠져나와 아직도 그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당신들을 위해 지부사무실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편집에 임했다. 워낙 위험한 물건들을 다루다보니 편집 삼매경에 빠졌을 때도 혹시나 등 뒤에서 누가 보고 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가끔은 두려웠다. 그동안 형성된 서울기관차 노보의 팬덤(Fandom), 또한 편집장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여성팬들이 한 순간에 등 돌릴 수 있음을 각오했다. ‘SEX'에 대해 아직 내진설계가 미흡한 철도현장이 진도 9.0 이상의 충격적 지진파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술적 몰취미라 해도 상관없지만 검열을 할 수는 없었다. 결국 표현의 자유가 승리했고 빠콩과 나는 한배를 탔다.
 
화창하고 따스한 봄기운 속에서 서울기관차 노보 83호를 들고 기관차에 오르는 당신을 떠올린다. 제어대 앞에서 책장을 넘기다 문득 마주하는 그림들. 예기치 못한 당혹스러움과 충격에 휩싸일 당신을 상상한다.
겨우내 얼었던 철도현장이 새로운에너지로 충만해졌다.
 
, 이 얼마나 아름다운 봄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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