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Sunday, April 10, 2011

대갈장군의 쿠바 여행기




김찬봉 | 조합원



11년 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빨간 표지의 체 게바라 평전을 보고난 뒤 체 게바라라는 인물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언젠가 쿠바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작년 말 드디어 하바나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을 출발, 벤쿠버를 경유해 토론토에 도착한 시각은 23시30분. 하바나행 비행기는 다음날 08시라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11월 토론토의 기온을 혹독하게 체험한 몸에서는 삐거덕 소리가 난다. 하바나행 항공권을 발급받고 비행기에 오른다. 4시간 후 멀리 에마랄드 빛 산호초 해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40인승의 작은 비행기는 호세마르티 공항 활주로에 무사히 안착한다(사실 많이 흔들려 무서웠음). 인천을 출발해 쿠바에 도착하기 까지 장장 36시간이 걸렸다.
카리브해에 있는 섬이라 더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분다.
장시간 끝에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택시를 타고 내가 묵을 카사(민박)으로 향하는데 가는 길에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오래된 올드카들이 아직도 하바나 시내를 활보하고 다닐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는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사진들 그리고 각종 혁명구호들이 나부끼고 있다. ‘아~내가 드디어 쿠바에 왔구나’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설레인다.
무거운 짐을 들고 4층까지 낑낑 올라 민박집 무을 두드리니 건장한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는데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말한다. 통 뭔 말인지... 생존 스페인어라도 공부 안 하고 온 것을 후회하면서 한참을 둘이서 서로 다른 말로 떠들어 댄다.




한참을 Body language와 짧은 영어가 오간 뒤 짐을 풀고 카메라를 들고 하바나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우와~~ 스페인 식민지 풍의 낡은 건물과 도시의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한국에서 가져간 지도를 꺼내들고 위치를 확인해 보지만 남북이 뒤바뀌고 동서가 틀어진 지도다. 우라질레이션~ 하는 수 없이 쿠반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가면서 하바나의 곳곳을 돌아다닌다.
















하바나 국립국장 앞


아르마스 광장의 중고서점

동양인이 흔치 않은 곳이라 그런지 다들 친절하고 호의적이다. 사실 쿠바는 중, 남미 국가를 중에서 치안이 가장 안정된 나라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그렇다 할지라도 늦은 밤 골목길은 피해 다녀야 만수무강에 좋겠다.^^


아바나의 밤 풍경

하바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에선가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음악에 맞춰 쿠반들과 여행객들이 어울려 살사 춤을 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춤을 못 추는 것이 잠깐이지만 한스럽기까지 했다.

3일 동안 하바나 시내를 걷다보니 왼쪽 엄지발가락이 까맣게 죽어버렸다. 아이야~
신나는 살사음악이 연주되는 레스토랑 한 켠에 자리를 잡고 랑고스타(랍스타)요리(약 1만 2천원 정도)와 헤밍웨이가 좋아했다던 모히또 한잔과 맥주를 주문해 놓고 살사음악에 몸을 맡긴다.

하바나에서의 마지막 저녁
사실 배낭여행에서 이렇게 호사(?)스러운 식사는 사치일 수 있으나 값싼 가격에 랍스타를 언제 먹어 보겠는가.^^
다음날 지방 도시로 가기위해 차를 자동차를 렌트해 하바나를 출발한다.
헐~그런데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양인 혼자 렌트카로 어리버리하게 운전을 하니 경찰아저씨가 다가와 스페인어로 또 뭐라뭐라한다. 눈치를 보니 license 와 passport를 보여 달라는 것 같은데 무조건 “노에스파뇰~”하면서 못 알아듣는 척을 하니 난처한 표정을 하더니 그냥 가란다.ㅋㅋ 이왕 멈춘 김에 경찰에게 길도 물어 보니 아주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더니 내가 스페인어 못 알아 들을까봐 걱정이 됐는지 자기를 따라 오란다. 오~쿠바 경찰이 나를 위해 escort 해준다.

하바나를 출발해 국도를 달리는데 사람들이 한 무더기 서있더니 지나가는 차들마다 행선지를 말하면서 히치하이킹을 한다. 나도 같은 방향이면 태워 줄 요량으로 차를 세웠지만 여자분들은 동양인이라 그런지 선뜻 타려 하지 않는다(내가 뭐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겁먹기는..). 개중에 용감(?)한 사람들 몇을 태우고 출발한다. 그래도 젊은 친구들은 영어를 구사하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이 질문은 가는 곳마다 들어서 “수르 꼬레아”라 하면 지난 번 야구 우승한 그 나라 맞냐고 되물어 본다). 이 친구들도 야구를 좋아하나보다 하기야 쿠바 어디를 가든 공간만 있다면 삼삼오오 모여 야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 번을 하치하이커들을 태워주고 내려주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그토록 와보고 싶어 하던 싼타클라라 이정표가 보인다.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며 맥박이 빨라진다. 꼭 어릴 적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랄까 체 게바라를 만난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체 게바라기념관 전경



부상당한 체 게바라 동상
체 게바라 부조


볼리비아로 떠나면서
피델에서 보낸 장문의 편지




잠시 후 저 멀리 체 게바라 기념관이 보인다. 건물 외벽엔 당시 쿠바의 독재자였던 바티스타를 몰아내고 쿠바혁명을 이끈 체 게바라와 피델 그리고 그의 동지들의 얼굴이 부조로 조각돼 있다.

쿠바혁명에 성공을 하지만 체는 또 다른 혁명을 위해 콩고와 볼리비아로 떠나지만 결국 볼리비아 게릴라전에서 부상당한 채 체포되고 그의 동지들과 함께 처형되고 만다. 몇 해 전 체 게바라와 그의 11명의 동지들을 쿠바와 아르헨티나 정부에서 수습해 이곳 싼타클라라에 안치했다. 싼타클라라에 안치한 이유는 쿠바혁명의 대전환점이 된 사건(탱크로 선로를 끊어 바티스타 정권의 무장열차를 전복시킨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란다.
건물 내부는 사진촬영을 할 수 없기에 건물 외부만 사진을 찍고 내부로 들어갔다. 왼쪽은 체 게바라와 그의 동지들의 사진들과 당시 사용하던 무기들과 체 게바라 쓰던 카메라 등 그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왼쪽 전시관을 둘러보고 오른쪽으로 들어가니 한쪽 벽면에 체 게바라와 그의 동지 11명의 유골함이 보인다. 그 유골함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져나가다 체 게바라 유골함 앞에서 깊은 슬픔이 밀려오더니 그만 울컥~하고 만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관광객들이 숙연한 분위기 속에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체의 무덤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다시 한 번 그와의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야 했다. 쿠바를 다녀 온지4개월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도 손가락 끝으로 체와의 만남이 느껴진다.

Seamos realistas, realisemos lo imposible!

그는 쿠바에서 많은 일들을 했음에도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면서 "쿠바에서는 모든 일이 끝났다"라는 장문의 편지를 남기고 체는 볼리비아로 떠난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Seamos realistas, realisemos lo imposible!)’를 외치며 민중의 영원한 해방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험난한 가시밭길 속으로 뛰어들었던 게릴라. 하지만 제국주의의 수탈과 탄압에 맞선 그의 무장투쟁은 실패로 돌아가고, 볼리비아 정글에서 서른아홉 살의 불꽃같은 생을 마감하면서 이 세상과 작별했던 사람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라 세르나’를 떠올리며 그가 그토록 바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본다.

차를 돌려 싼타클라라 시내로 들어가는데 가는 곳 마다 일발통행이라 숙소가 코앞인데도 도착하지 못하고 빙빙 돌기만 하다 간신히 길을 찾아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갔지만 시골 동네고 관광객들 대부분 체 게바라 기념관만 보고 다른 도시로 가기 때문에 실제 싼타클라라에서 묶는 여행객은 별루 없어서인지 문을 연 식당이 눈에 안 보인다.
 하바나에서의 호사스런 식사를 생각하고 식당을 찾아봤지만 대부분 피자와 스파게티뿐 내 입맛에 맞는 건 없었지만 굶을 수는 없기에 피자 작은 거 하나와 스파게티를 주문해 그 맛을 보는데 피자에서 꼬린내가 많이 난다. 욱~ 그래도 뒷맛은 꾀 괜찮아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저녁을 먹고 비달광장 한쪽에 저녁이면 할아버지 밴드가 연주를 하는 LA Marquesina 카페로 가서 모히또를 주문하고 연주를 기다린다. 역시나 동양인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으니 모두의 호기심 대상이 되었다. 쿠반들이 합석을 원하기에 흔쾌히 자리를 내주고 그들과 함께 연주를 감상한다. 하바나에서도 많은 밴드공연을 봤지만 이곳만큼 부에나 비스타 쇼설클럽의 느낌을 간직 한곳은 없었다. 한참을 밴드공연과 쿠반들의 살사춤을 보고 있다 밤 11시가 훌쩍 넘긴 시간에 숙소로 돌아 왔지만 그 공연은 새벽까지 계속된다나..




쿠바에서 5일째 되는 날 싼타클라라를 출발해 트리니다드를 향해 길을 나셨지만 그 여정 또한 쉽지 않았다.





몇 번을 돌고 돌아 간신히 길을 잡고 5시간의 운전 끝에 도착한 트리니다드는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등의 파스텔톤의 건물과 자갈이 깔린 도로를 나는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고 비록 발톱이 죽고 고통스러운 걸음이었지만 아름다운 트리니다드 골목길을 걷고 또 걷다 오후 늦게 가까운 곳의 해변으로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카리브해에 풍덩~! 카리브해의 앙콘해변에서 강아지 수영으로  동양인 혼자 놀고 있으니 다른 여행객들이 신기한 듯 자꾸만 쳐다본다. 내 몸매가 좀되나? ㅋㅋ


한참을 물속에서 놀다나오며 옆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어디서 왔냐 물으니 영국에서 왔단다. 그런데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여자분은 수영복을 바다 속에다 버리고 왔는지 상의실종이다 으히히~^^ 신경 안 쓰는 척 해보지만 왜 눈알은 자꾸 돌아가는지 원...
다시 트리니다드 시내로 돌아와 마요르광장 인근에서 민박을 구하고 저녁으로 역시 랑고스타(시골이라 버터구이 랑고스타가 7천원! 싸다)를 먹은 뒤 마요르광장 한쪽에 있는 casa de Musica로 가서 주말마다 열리는 댄스파티를 보기로 했다.
밤이 깊어지자 어디서들 오는지 한참 후에는 자리가 부족해 계단에도 앉고 일부는 서서 공연을 즐긴다. 음악이 들리는 곳이면 어디서든 누구나 정렬적인 살사 춤을 추는 이들로 넘쳐 난다.
쿠바의 음악과 살사 춤을 모르지만 그 흥겨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사람들의 초기 언어는 몸짓이라 했던가? 몸짓과 흥겨운 음악으로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은 모두 하나가 된다.
이튿날 다시 차를 몰아 쿠바의 서쪽 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항구도시 씨엔 푸에고스를 거쳐 하바나를 경유해 비냘레스와 카요 후띠아스 그리고 쿠바의 가장 서쪽 고르다에 도착해 정글투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리오, 소르다를 둘러 본 뒤 다시 하바나에서의 이틀을 보내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14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쿠바를 보았다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나름 많은 곳을 둘러보고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여행길이었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쿠반들의 정렬적인 모습과 삶을 카메라에 담아 보고 싶다.

                        




내 사랑 게바라가 있는 곳 쿠바.
다시 올 때까지 아디오스~!

Hasta la victoria siempre~!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