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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pril 10, 2011

겁없는 세상을 꿈꾸는 똥꼬일기


- 1박 2일 치질수술을 마치고 -

표명수 | 조합원
 
 
여보, 겁나지?” “그럼겁나지…….”
일주일이 넘도록 응가할 때 통증과 출혈이 계속될 즈음, 병원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최악의 경우? 수술해야할지도.
But 희소식!! 진료 전날 동대구에서 만난 경섭군 . “그거 별거 아녜요. 병원 가서 약 좀 먹고 좌욕하면 괜찮아져요.”
옆에서 듣고 있던 짝꿍 준혁형도 . “수술도 별거 아녀. 포경수술이랑 똑같햐~” 하반신 마취수술 유경험자다운 쿨~한 반응^^(난 겁난다고!)



3410:00
 
수술 안 해도 된다는 희망과 설레임을 안고 약수역 근처의 병원으로 내딛은 발걸음.
우와~ 본관과 신관으로 나뉘어져 있는 10층이 넘는 고층빌딩. 우와~ 다시 한 번 탄성. 진료실 앞에는 대기자가 가~. 은행처럼 번호표 뽑고 진료 접수. 똥꼬 아픈 사람 많네ㅋㅋ
두근 두근. 드디어 진료실 입성. 인터넷 예약할 때 봤던 웃는 얼굴의 의사를 기대했는데, 사진과 다르네~^^
옆으로 누워서 무릎 가슴으로 올리세요(친절하게도 벽에 체위 그림이 붙어있다ㅎㅎ).”
, 기구 등을 사용해서 헤집는 느낌. 아프고 묵직함. 찢어지는 통증 약간.
치열이라고 아시죠? 좀 찢어졌네요. 항문내압검사 해보고 수술여부 결정합시다.”
종이 한 장 받아들고, 4층 검사실로. 허걱! 여자 선생님이다.
좀전과 동일한 자세로 똥꼬에 기구 삽입. 물도 쏴 보고. ~~진동까지.
이 검사가 원래 좀 그래요.” “? 하하
거시기 머시기한 검사라는 말씀.
다시 찾아간 웃는 얼굴의 의사 . “수술하는 게 좋겠습니다. 항문압력이 높아서 자꾸 찢어지는 겁니다.”
모니터를 보여주는데 보통 150정도가 정상이라면 나는 280이 넘어갔다. 이런!
수술날짜는 언제?”
되도록 빨리 할 수 있을까요?(월요일(37) 예상하고 대답함^^)”
그럼, 내일이라도?”
그럼 내일(! 예상외로 성큼 다가온 수술ㅠㅠ)”
진료실 문을 나서다가, 일말의 기대를 품고 다시 물어본다.
혹시, 수술 말고 완치할 방법은 없나요?
다시 찢어질 겁니다.”
! 알겠습니다.”
종이 한 장 또 받아들고, X-ray, 소변, 혈액 검사하고, 심전도 검사까지 완료. 보건복지부 지정 대장항문병원답게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친절한 태도로 일사천리~
여보~ 내일 수술해요~” “? 라온이는 어떡하지?”
맞벌이 부부의 애환. 수술 날짜가 토요일이라 어린이집도 쉬고. 세 살배기 아들이 병원에서 버틸 수 있을까?
수술 걱정은 뒷일이군ㅋㅋ
 
35일 토요일
 
05:00
눈이 떠지네. 잠 올 것 같지 않더니 잘잤다~^^
 
06:00
관장용 좌약 투입. ~. 들어갈 것 같더니 다시 나오네. 다시 투입. 쏘오옥. 똥꼬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좌약.
“30분 정도 참고 변을 보세요.” “!”
아직 꿈나라에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뽀뽀, 준비물(세면도구, 슬리퍼, 물통, 휴지)12일동안 볼 책(주로 만화책)을 챙겨 배낭을 꾸린다. 전쟁터로 가는 기분? 하하하.
 
08:00
병원 도착. 똥꼬가 타는 느낌에 한 번 더 응~.
5층 검사실. 오늘 입원할 환자들 여럿 검사 대기 중이다.
아유~ 겁나서 아~무 생각도 안나. 한 아주머니가 옆에 앉은 아들에게 소곤소곤. 갑자기 나도 무서워진다.
복부 초음파실.
숨 크게 들이마시고배 내미세요!(나는 배를 내밀면 윗배가 나오는데올챙이배가 우습다^^)”
몇 번 반복하더니. “다 봤습니다~”
7층 입퇴원 수속. ~ 재래시장 분위기.
마치 퇴원하는 사람들과 입원 환자들의 교대식 같다. 시끌벅적. 보호자들 손에는 좌욕대야 하나씩 손에 들려 있고, 이름이 불리면 네~ 달려가서 입원비 정산. 아침 풍경이 우스워서 가만히 지켜보노라니, 걸음걸이로 봐서는 누가 수술했는지 잘 모르겠다. 안 아픈가? 웃었더니 긴장이 조금 풀린다.
7702H침대. 수술 대기 시작. 하루 금식해야 하므로 링거 투입함.
수술은 언제쯤 하나요?” “오전 중에 다 끝날 거예요.”
다 끝나다니? 뭐가?’
 
10:00
식구들 도착. 라온이는 아빠 보더니 도망간다~
아빠가 파란색 수술복 입고 있으니깐 이상한가보다. 병실에 안 들어오려고 함^^ 아들은 병원을 놀이터인 양 뛰어다니고, 엄마도 따라다니느라 헉헉.
기다리는 시간이 한없다. 그 동안에도 수술 끝난 환자들이 몇 번이나 왔다갔다 이동했다.
 
11:30
표명수님~ 수술실로 이동할게요.”
아빠 수술하고 올께 쪼옥~. 3명이 그룹 이동. 링거 거치대 하나씩 끌고.
얼었다. 수술대기실 사람들의 표정. 생매장을 기다리는 돼지들의 심정이 이럴까? 꾸엑꾸엑~
한 명 한 명 이름을 호명하면서 녹색 가운 휘날리며 한 아줌마?가 등장. 머리에 파마 모자 씌워주고 링거 주머니와 슬리퍼를 들면 환자들은 자동으로 끌려간다.
드디어 내 차례. 슬리퍼는 내가 들 수 있는데덥석!!
슬리퍼 들어주시는 분은 처음이네요, ~사합니다.”
! 포스가 남다른 아주머니.
? 하하. 별말씀을.”
들어선 수술실. 우와! 10여개의 수술실이 다닥다닥. ‘공장을 방불케 하는.
옆으로 누워서 척추에 마취.
수술은 엎드려서 받을 거예요. 원래 준비하는데 오래 걸리고, 수술은 금방 끝나요. 10? 15? 일은 우리가 다 한다니깐. 호호 하하
아까 그 아주머니의 멘트 작렬. 역시 현장의 힘이 느껴진다.ㅎㅎ
이제 엎드리세요.”
음악은 가요, 팝송, 클래식, 트로트가 있습니다. 뭐 들으시겠어요?”
항공기 기내에 버금가는? 서비스. 하하.
! 정말. 클래식 두 곡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수술 끝나셨어요~” 헤드셋을 벗겨버리시는^^
하체에 따뜻한 것을 덮고 철거덕 철거덕 기구 내려놓는 느낌이 들었을 뿐. 아무 감각이 없었네? 몇 가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담당 의사 친절히 미소 지으며 답해줌. 이분도 현장체질?
수술 어떻게 한 건지 알고 싶어서요. 찢어진 걸 꼬매는 건가요?”
꿰맨 건 아니구요. 내괄약근을 조금 절개하고, 내치핵 약간 있는 건 경화제 주사 줬습니다.”
그럼, 복부 압력이 낮아지는 건가요?” “^^”
떼구르르. 이동 침대에 굴러떨어짐.(하반신을 못 움직인답니다. 민망.)
병실로 가는 길. 누워서 보니, 주위 풍경이 낯설다. 수술 기다리면서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던 곳인데. 스쳐가는 천장의 형광등, 간호사실 선생님들철걱 철걱. 침대소리만 요란하다.
라온아, 아빠왔다~”
순간 놀란 라온. 인상 찌그러짐. 아빠 호~. 호 해주네. 역시 내 아들~(평소엔 호~ 잘 안해주는데아빠가 많이 아파보이나?^^)
수술 대기부터 수술까지 1시간도 채 안 걸렸다.
 
13:30
라온이랑 아내가 점심 먹으러 간 사이. 독서 삼매경.
회진입니다.” 담당의사 회진.
괜찮죠? 만화책 잘 가져오셨네.”
곧이어, 선욱군 병문안 오다. 라온이랑 놀아달라고 강제로? 불렀다ㅋㅋ
삼촌 보더니 생글생글거리며 와락 안기는 라온. 웨하스, 쌀로별 등등. 삼촌 덕에 포식하네.
아내는 뛰어다니는 어린 아들 졸졸 쫓아다니고 무료해진 나와 선욱군은 만화 삼매경. 하체의 감각도 점점 심연 속으로 빠져든다.
킬빌 봤어? 영화 킬빌에서 여주인공도 깨어날 때 발가락부터 움직여 보더라.”
필사적으로 움직여보는 엄지발가락. 꼼짝을 않는다^^
 
18:00
경섭군과 혜림양 문안.
똥꼬 보여줄까? ㅎㅎ 극구 사양하는.ㅋㅋ
저녁 먹구 와~” “다시 오라고??”
돌아온 3. 매운 갈비찜 먹고 매웠다고. 하아 하아. 금식 중인 환자 앞에서 후식으로 비요뜨까지 떠 먹기 시작할 즈음. 차르륵. 커튼 걷히더니 간호사 등장. (! 놀라는 눈치. 선남선녀가 4명씩이나~ 똥꼬병실에선 보기드문 광경?) 대뜸 누워 있는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종이 한 장 들고서 읽는다. 헌데, 약간 긴장했나?
술은 2개월간 금지입니다. 운동은 한 달 후에나 가능하구요.”
물론 부부관계도 2주에서 4주 동안.
떠듬떠듬책 읽듯이 읽어주는 초보 간호사.
다 읽고 휘리릭 돌아서 나가는데, 우당탕탕!
어디에 걸렸나? 황급히 퇴장ㅎㅎ
선욱이가 먹던 다이제스티브, 혜림 커플과 후식으로 먹던 비요뜨. 먹고 싶다. 꿀꺽.
그들이 저녁 먹으러 간 사이. 1930분쯤 소변을 봤다. 야호~(소변을 봐야 정상?으로 돌아온 거란다. 소변봤냐고 자꾸 물어보는 간호사들^^)
게토레이(소변 본 후에는 이온음료, 물 섭취 가능) 한 모금 캬~ 이 맛^^
고맙다. 친구들. 먼 길 와줘서.
라온이랑 엄마는 벌~17시에 퇴근했다.ㅠㅠ
아빠 빠빠이~ 잘도 인사하고 가버리더니 집에서 뻗어버렸다는 후문^^(라온이 힘들었지?) 아빠가 퇴원해서 놀아줄게. 대신 똥꼬놀이는 당분간 금지~
 
36일 일요일
 
09:00에 퇴원이란다.(평일은 8시 퇴원이라고?)
무통주사 때문인가. 배가 묵직하고 똥꼬가 빠지는 느낌이 가끔 들 뿐, 그다지 아프지 않다. 일찍 잠든 것도 아닌데 0520분에 눈이 떠졌다.
걸어도 돼요?”
링거를 빼러 온 간호사에게 물어보고 걸어본다.
~. 두통을 예방하기 위해 고개도 못 들었었지? 고개부터 들고 상체를 천천히 일으켜본다. 슬리퍼를 찾는 발가락의 감각이 새롭다. 하하. 다시 태어난 기분. 생태찜, 쇠고기 미역국에 반찬 3가지가 나온 아침식사~. 게 눈 감추듯 후루룩. 병원밥이 이렇게 맛날 줄이야.(하긴 33시간 만에 곡기를 접했으니^^) 좌욕기, 치질 방석, 거즈, 반창고 사들고 집으로 쓩~
아빠 왔다~ 여전히 쌩~ 도망가는 아들. 1시간마다 아빠 똥꼬에 거즈 갈아줄래? >_<
 
에필로그
 
불교에선 보시의 최고경지를 무외시(無畏施)라고 한다. 무외시, 곧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것이 최고의 베풂이라는 것이다.
 
두려움을 모른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것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두려움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두려움을 모른다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그러므로 호랑이는 두려움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호랑이는 다른 동물을 두려워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총은 무서워하며, 게다가 호랑이는 다른 동물들에게 두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두려움을 모른다는 것은 다른 존재를 노예로 만들지도 않고, 비굴하게 다른 존재에게 굴복하지도 않는 것이다.(“버리고, 행복하라“, 비노바 바베, 산해, 36)
건강한 몸을 지니기 위해 아플 때는 두려움 없이 치료를 선택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불공정한 행위를 보거나 당하면 겁없이 그때그때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 것.
치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 아프고 병든 사회를 내 아들딸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올 초, E모 방송국에서 “2011년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이란 주제로 UCC 공모를 한 적이 있다. 똥꼬에 경련이 부르르 일어나는 이 순간, 나는 겁없는세상을 꿈꾼다.
 


※ 똥꼬를 위한 Tip



1. 평소 관리


-변의를 느끼면 바로 화장실로~
배변시간은 3~5분 이내로(오래 쪼그려 앉아 응가하는 습관이 항문질환 유발)
-배변시 마지막 한 덩어리까지 짜내려 하지 않기(깔끔떠는 사람이 치질 더 잘 걸린다고 함^^)
-배변 후 가능한 한 물로 씻어준다.(상처가 있을 시 비데 같은 과도한 수압은 위험)
외출 시에는 물휴지로 닦아주기(, 문질러 닦지 않기)
만약에 대변을 보고 닦다가 변이 손에 조금 묻었다고 하자. 그것을 물로 씻는가 아니면 마른 화장지로 닦고 마는가?(“내몸 사용설명서”,김영사, 209)

  2. 똥꼬 이상 발견시


-치질의 종류:크게 3가지로 나눈다.
치핵, 치열, 치루.
-치핵1,2:배변 후 몽울같은 게 만져지나, 자연적으로 다시 들어가는 경우. 좌욕과 약물 등으로 치료 가능.
-치핵3,4:밖으로 튀어나와서 안으로 밀어넣어야 다시 들어가는 경우. 수술 요함.
-치열:배변시 출혈과 통증 동반. 급성치열의 경우 수술 없이 좌욕 등으로 치료 가능.만성치열(수주~수개월 증상반복)의 경우는 항문내압검사 후 수술여부 결정.
-치루:항문 주위 농양이나 고름 생김. 암으로 발전 가능성 있음. 응급수술요함!(인공항문 달고 싶지 않다면)



이틀 이상 아프면 병원 가 보는게 상책~(입원수술비는 회사 보험으로 보장됨ㅎㅎ)


P.S.
 
현재 수술 후 5일째. 배변시 아직 이 보이나, 수술 전보다 오히려 통증이 덜하다.(날아갈 것 같아요~) 굵기도 훨씬 굵어진 듯한데^^
입이 똥꼬에게 말하는 것 같다.
똥꼬야 미안해! 넌 정말 소중한 친구야.
똥꼬는 아무 말 없이 피식웃었답니다. (“입이 똥꼬에게”, 비룡소)
모두들 똥꼬를 소중히~
 
<추천책>
 
버리고, 행복하라”(비노바 바베 지음, 김문호 옮김, 산해)
입이 똥꼬에게”(박경효 글 그림, 비룡소)
내 몸 사용설명서”(마이클 로이젠, 메멧 오즈 지음, 유태우 옮김, 김영사)
대장항문 홈케어”(송도병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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